여행기

이탈리아 여행 7 - Porto Venere, Lucca

혁이욱이 2014. 1. 25. 21:06

어젯밤 늦게 잠들었지만 언제까지고 늦잠을 잘 수는 없죠? 아침에 일어나니 여주인이 일어나네요. 물론 우리를 반기기는 개 두 마리가 먼저구요. 꼬리를 살랑살랑 치며 손님인 우리도 반겨합니다. 암캐는 활기가 넘쳐서 밖으로 나가 한참을 산책하다가 들어오고, 수캐는 나이탓에 움직임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손을 귀찮아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아침으로 간단하게 밥과 국만 해서 밑반찬 몇 가지하고 후루룩 먹었습니다. 그걸 지켜보던 여주인이 자기들은 아침으로 막 사가지고 온 빵과 모카커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빵을 맛보라고 좀 주네요. 그러고 보니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눈꼽만 대충 떼고 나가서 빵을 사가지고 오더군요. 그리곤 모카커피와 빵조각을 들고 2층 발코니에 올라가 밖 풍경을 바라보며 아침을 먹습니다. 우리가 나갈 준비를 대충 마쳤을 때 여주인이 모카 커피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쩐지 너무 써서 못 마실 것 같아 걱정이 먼저 되더군요. 아시죠? 그 애들 소꿉놀이에나 쓸 만한 작은 커피잔! 거기에 담아주는 짙은 색의 커피는 제겐 대학시절 멋부리느라 한 번 시켜 먹었던 그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떠올리게 했거든요. 그러나... 이건 커피의 또 다른 신세계였습니다. 그 모카포트에 직접 우려먹는 커피가 이렇게나 맛있다는 걸 이 날 처음 알고 감동했답니다. 우리의 놀라워하는 얼굴을 본 여주인은 직접 모카커피 만드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이 날 이후, 우리 부부는 기념품 가게마다 있는 이 모카에 눈독을 들이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구매하진 못했고, 함부르크로 돌아와 결국 사고야 말았답니다. 한동안 이 모카커피 많이 마셨네요.

오늘은 아름다운 작은 항구 포르토 베네레(Poto Venere)와 옛성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또 그 성안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도 있다는 루카(Lucca)가 목적지입니다. 처음 들린 Poto Venere입니다.  전 이곳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제 들렸던 친퀘테레는 좀 작았거든요. 여긴 거기보단 크고 풍광이 탁 트여 보기 좋았습니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햇살도 좋아 전 여기서 한참 놀고 싶었지만, 싸가지고 온 주먹밥을 한 덩이씩 먹고는 바로 출발했습니다. 남편에게 그랬습니다. 나중에 나이 더 먹어 기운 없어지면 이런 곳에 와서 며칠식 묵으면서 배 타고 유람이나 하고, 경치 보며 산책하고, 저 길거리 레스토랑에 앉아 식사하고, 때때로 바닷가에 누워 졸기도 하며 휴양했으면 좋겠다고요. 친퀘테레로 향하는 배도 여기서 출발하더군요. 바다에서 바라본 작은 포구들도 절경일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마을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참을 달려 루카(Lucca)에 도착했습니다. 여긴 꽤 큰 도시더군요.

 

-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보니 바로 옆에 놀이터가 있습니다. 일단 한 번 놀아주시고~

 

 

- 지금 저기 보이는 길이 성을 둘러싼 성곽이라고 해야할까요? 산책길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여기 한 바퀴만 돌아도 엄청난 거리가 됩니다. 놀이터가 보이는 쪽이 성의 안쪽입니다.

 

- 저 멀리 보이는 동네가 성의 바깥쪽이 됩니다. 저곳은 현대적인 도시와 다름 없습니다.

 

- 성곽에서 바라본 성 안쪽 도로입니다.

 

- 이 건물을 보니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찾은 것이 화장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길은 미로같고 화장실 표지판도 없고. 남편이 빵가게에서 빵을 사면서 화장실을 빌려 쓰자고 하더군요. 급하니 어쩌겠습니까? 그것도 우리 성혁이가 제일 급한 것을... 그리고 빵도 필요했구요. 그래서 찾은 빵집에 먼저 화장실 좀 쓰고 싶다고 했더니 생각보다 흔쾌히 허락해 줍니다. 그래서 큰 일을 해결하고 나서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고 남편이 빵을 사가지고 나오기로 했는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밖으로 나오다가 다시 빵집으로 들어가는 남편. 한참 주인과 말을 나누더니 나옵니다. 알고보니 계산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더군요. 저도 이런 경우 있었는데... 이런 경우였습니다. 제가 5유로치 빵을 사고 10유로가 없어 20유로를 냈는데, 주인이 5유로를 거스름돈으로 내 줍니다. 그래서 전 10유로를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주인은 딴 짓을 합니다. 의아해서 쳐다보니 그제서야 10유로를 줍니다. 느낌이 좀 이상했지만, 내가 오버한 거겠지 싶어 그냥 나왔습니다. 그런데 평소의 저라면 전 10유로를 못 받았을 겁니다.  전 주로 계산원을 믿는 편입니다. 그래서 거스름돈을 섬세하게 계산하질 않습니다. 물론 영수증은 확인합니다만. 그런데 남편에게 또 이런 경우가 발생한 겁니다. 분명 큰 돈을 주었는데 거스름돈이 너무 적게 나온 거죠? 마치 작은 지폐를 준 것처럼. 그래서 망설이던 남편 다시 들어가서 주인에게 "내가 더 큰 지폐를 지불했다"고 말하니 금고를 확인해 보면서 거스름돈을 더 주더랍니다. 둘 다 이런 경우를 당하고 보니, 전 기분이 좀 싸했습니다. 남편은 계산 당시, 주인이 다른 손님과 대화하는 중이어서 정신이 없었을 거라고, 의도적인 게 아닐 거라고, 우리에게 화장실도 기꺼이 빌려주지 않았냐고, 괜히 의심하지 말라고 그랬습니다만. 하여튼 여러분도 외국에서 계산하실 때 정신 바짝 차리고 내가 얼마를 냈는지 꼭 기억하세요.

 

 

 

 

 

 

- 아빠가 성혁이에게 기도 좀 해보라고 하니 저런 포즈가 나오네요. 하하! 무엇을 기도했는지는 말 안해 주던데요?

 

 

- 성 안을 이리저리 구경하며 다녔습니다. 박물관도 있고 극장도 있고 그런 것 같습니다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없으니 그냥 통과해야죠. 그런데 길이 미로와 같습니다. 건물들도 매우 유사하고 구불구불 길을 만들어 놓아서 방향감각을 잃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손바닥만한 지도가 있긴 하지만, 이건 축소판이라 작은 길들은 나오질 않구요. 길을 왜 이리 어렵게 만들어 놓았냐고 제가 불평을 하니까 뜻밖에 성욱이가 답을 줍니다. "엄마, 이건 일부러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래. 적들이 침입해 들어왔을 경우 적들이 길을 잃고 헤매게 하려고 이렇게 만들었대. 적을 혼란에 빠뜨리고, 방어하거나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서래." 어머나! 얜 또 이걸 어디서 배웠대? 기특하던걸요!

 

 

 

 

 

 

- 바람이 점점 차가워져서 차로 돌아가 외투를 가지고 되돌아 왔습니다. 이 즈음부터 성욱이가 급격히 피곤해 합니다. 저녁을 먹으러 아까 봐 두었던 가격 저렴한 식당을  찾아 가는데 길을 못찾아 한참을 헤맸습니다. 찾기 힘들어 그냥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 먹자는 제 제안을 뿌리치고 의지의 우리 남편 결국 식당을 찾아냅니다. 히히!

 

 

 

- 일단 콜라부터 시켜주고 메인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잘못하면 먹다가 체하겠더군요. 그래서 실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저렴한 가격만큼 양이 파리 모이만큼 나오네요. 우린 너무 배가 고팠는데. 보통 외식하면 양이 너무 많아 먹기 힘들었는데, 여긴 파리 먹이만큼만 주네요. 가격이 싼 데는 다 이유가 있었네요. 여기가 관광지라서 물가가 좀 센 것 같습니다. 결국 차로 돌아가는 길에 케밥을 더 사가지고 갔답니다. 애들도 우리도 좀 지나면 분명 배가 고플테니까요. ^^ 함부르크에 흔한 케밥을 사먹지 않다가 이탈리아에 와서 사먹게 되었네요. 케밥은 양도 많고 맛도 있었습니다.

 

- 루카를 떠나기 전 마직막 가족사진. 표정은 이게 참 좋은데 지나가는 노부부 때문에 실패!

 

- 다음 것은 좀 어둡지만 그럭저럭.

- 어둑할 때 루카를 떠나 깜깜한 밤에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애들은 서둘러 재우고 우린 주인부부와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두 남녀의 만남은 저 두 마리의 개가 중매를 했더군요. 나발(수캐- 스페인 나발이란 도시에서 남주인과 만남이 이루어져 이름을 나발이라 지었다고 함)이 안젤라(암캐)의 여주인 신발을 물어뜯는 바람에 서로 인연이 닿았다고... 무슨 영화 같죠? 둘 다 공연예술가들이었습니다. 거리공연 예술가들의 축제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지금도 여기저기 공연을 다니고, 또 공연 예술가들의 축제도 기획해서 주최하기도 하나 봅니다. 우리가 떠난 다음 주에 그 파티가 자기들 집에서 열린다고 하네요. 삶을 즐기며 사는 그들에게서 자유로움과 유쾌함이 배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이번 여행 중 가장 인상깊었던 사건을 고르라면 이 두 사람과 만나고 얘기를 나눴던 일이네요.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게 맞습니다. 우리와는 색다른 삶을 엿볼 수 있었던 신선하고 낯선 체험이었습니다. 이제 내일은 세 번째 숙소로 이동합니다.